[imagism 6] She   

2008. 1. 1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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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다.

여행의 피곤함과 지극한 인도 문화 때문에 내 마음은 이미 가난해질대로 가난해져 있었다. 인도에서 나는 마흔이 되었다. 마흔은 왠지 슬픈 나이이다. 슬픈 나이를 축하하는 슬픈 케이크처럼 그녀는 거기 있었다. 우연이란 이런 것이다.


그녀는 무릎을 모으고 앉아 어디론지 먼 곳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원반을 던지는 아이와 호수를 바라보는 연인과 자전거를 구르며
햇살 속을 달리는 어느 여자와 호수 너머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풍경 속에서 그녀는 정물화 속 화병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양의 헤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야위고, 조금은 슬픈듯, 작은 무릎 위에 작은 손을 올려 놓고 있었다.

그 손을 나는 기억한다. 그 손이 나를 잡던 그 느낌을 나는 기억한다.
그 손이 내 눈물을 닦아 주고, 그 손이 나를 밀쳐내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이제 잊을 건 없다고, 다 잊어서 잊고 싶은 건 없을 거라고 스스로 단언했었다.
추억은 깊고, 시간은 그 추억의 깊음보다는 짧다.
시간은 짧고, 삶은 흔적없이 사라진다.

내 삶이 사라지기전, 그녀는 이렇게 내 삶에 잠깐 투영된 것이다.
깜깜한 밤하늘로 별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듯,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여리다.

"그 신문 안 볼 거면 제가 봐도 될까요?"
내 옆에 앉은 흑인여자가 이렇게 말하고는 내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신문을 휙 채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 따위엔 관심도 없다는 듯 휙휙 넘기더니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나체 사진을 보며 킥킥 거렸다.

너는 다시 패이드 아웃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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