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일(목) 경영일기


“시스템이 없다고 하더군요.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것 같대요.”

어젯밤에 자주 가는 연희동의 작은 술집에서 지인은 이렇게 털어 놓았다. 그는 직원이 대여섯 명 되는 점포를 운영하는, 그쪽 분야에서는 젊은 시절부터 꽤 잔뼈가 굵은 실력자다. 나는 “그 직원(이하, A라고 함)은 저번 회식 때 안 보이던데요?”라고 물었다. 직원들과 함께 벌인 바베큐 파티에 초대되어 갔더니 A가 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라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A는 얼마 전에 그만뒀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주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직원인데 회사를 나가는 마당에 경영방식이 주먹구구 같다는 소리를 쏟아내고 나간 데에 지인은 퍽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저런 규칙을 가하면 부담스러워 하고 힘들어 할 거 같아서 매출 목표도 안 정하고 직원들을 채근하거나 다그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자유로움은 다 누리고서 이제와서 시스템이 없다는 둥 이야기를 하니까 당황스럽고 속상하네요. A랑 같이 일했던 시간이 10년이나 되는데…”


나는 그의 말에 동감하며 A가 바라던 조직의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시 빠졌다. 지인의 말을 계속 들어보니, 아마도 A가 원하는 시스템은 ‘직원 교육’인 듯 했다. 직원관리라는 시스템에는 교육 뿐만 아니라 성과관리, 평가와 보상, 직무 활용 등이 있지만, 조직의 경영이 주먹구구식이라는 A의 말은 직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 달성를 위해 노력을 요하는 일반적인 경영방식은 직원들이 힘들어 하길래 본인은 판을 깔아주고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자유롭게 세우고 일하도록 했는데, 그런 배려는 몰라주고 오로지 체계적인 교육이 없다는 것을 탓하는 듯 했다. 나라도 속상할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회가 생긴다면 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는 자’, 전문성과 경력이 뛰어난 실력자와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그의 옆에 있으면 남들에게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희망뿐만 아니라, 그의 명성과 실력이 자신에게 ‘낙수효과’를 일으켜 자신의 입지를 높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혹은, 그가 자신의 멘토가 되어 자신을 옆에 끼고 상세히 가르쳐 주기를 요구하는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곧바로 실망으로 이어진다. A처럼 ‘시스템이 없다’는 쓴소리를 하며 조직을 떠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왜 그럴까? 자신을 체계적으로 이끌어주고 가르쳐 주기를 원하는 직원의 바람과는 달리, 실력자는 모르는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신에게 먼저 질문하고 실천하며 때로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가는 ‘적극성’과 ‘자발성’을 직원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업계의 실력자들은 본인이 입지를 높이는 과정에서 그렇게 좌충우돌했던 경우가 많아서 ‘잘 배우고 성장하려면 적극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는 듯 하다.


고백하지만 나도 사실 그렇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나에게 실력자란 말을 스스로 붙이기가 면구스럽지만 ‘알아서 크는 거지, 내가 왜 일일이 알려주고 키워줘야 해? 어린아이도 아닌데. 나도 내 할 일로 머리가 복잡해. 물어보면 가르쳐줄 수 있어. 하지만 일일히 끼고 가르칠 수는 없어.’라는 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나를 비난하는 말을 우회적으로 쏟아내며 도망치듯 ‘없어졌고’ 나는 상당 기간 어이없음과 분함을 견뎌야 했다. 더욱이 그는 내가 공식적으로 고용한 직원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물론 직원에게도 할말은 있다. 실력자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채 ‘언젠가 나를 챙겨주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뭐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그냥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를 직원으로 뽑았으면 자세하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거 아냐? 자신의 노하우도 나눠주고? 그게 실력자의 도리지.’라며 당연하게 여기는, 약간은 뻔뻔하고 이기적인 직원들도 드물지만 있다.


쌍방간의 기대가 상충되는 탓에 리더는 직원에게, 직원은 리더에게 불만을 계속 쌓아간다. ‘소극적이고 비자발적’이라고 한번 찍힌 직원은 계속 그런 사람으로 리더의 눈에 비쳐지고, 직원은 자신을 돌보지 않는 리더를 직원관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자라고 탓한다. 이러한 ‘확신의 덫’ 혹은 ‘불신의 악순환’에 빠지면 리더는 잠재력 높은 직원을 성장시키지 못하거나 놓치고, 직원은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낼 기회를 상실하고 만다.


해결책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일방의 잘못은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 혹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바람은 버려야 한다. 각자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바를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한 후에 중간점에서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리더는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피드백도 시시때때로 주어야 한다. 알아서 직원들이 움직일 거란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반면, 직원은 리더에게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때로는 ‘깨지거나 야단 맞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실력자의 명성에 기대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그런 ‘비용’은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조직은 학교가 아니다. 학교의 시스템으로 조직이 굴러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알아서 가르쳐 주겠지, 라는 학생의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성인이라면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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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사건과 경험을 경영의 시각으로 플어보고 거기에서 얻은 경영의 시사점을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써볼 생각입니다. 가능하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올릴 생각입니다. 쓸게 없으면 짧게라도 올릴 겁니다. 많은 가대해 주시고, 출판사 편집자 분들도 관심 가져 주세요. 책으로 엮어서 매년 <2017년 유정식의 경영일기> 같은 제목으로 나오기를 막연히 희망해 봅니다. 물론 내용이 재미있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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