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2016. 3. 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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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 이 블로그에 ’고성과자들은 연봉 비밀주의를 싫어한다’, ‘불평등을 참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연봉 비밀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성과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www.infuture.kr/1424  , http://www.infuture.kr/1460 ) 연봉 비밀주의를 인사의 기본 원칙이라 여기는 기업들이 거의 전부인 상황에서 이런 논리는 매우 과격하게 들렸을 겁니다. 직원들이 서로의 연봉을 알게 되면 불만과 분란이 생기고 연봉에 신경 쓰느라 업무성과가 저하되리라 염려하는 까닭이겠죠.



출처: thinkprogress.org



하지만 연봉 투명주의의 장점, 즉 직원들의 연봉 공개가 성과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설명할 미들버리 대학교의 경제학자 에밀리아노 휴엣-본(Emiliano Huet-Vaughn)가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제출한 논문도 그 중 하나입니다. 휴엣-본은 ‘아마존 미캐니컬 턱(Amazon Mechanical Turk)’에 등록된 사람들 중 2000여 명에게 간단한 데이터 입력 과제를 부여하고 잘할 때마다 돈으로 보상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출처: Emiliano Huet-Vaughn(2013)



휴엣-본은 위의 그림과 같이 참가자들에게 웹사이트를 통해 20분 동안 연구 논문의 저자, 저널명, 논문명 등을 입력하도록 했습니다. 연봉 투명주의와 연봉 비밀주의를 모사하기 위해, 참가자들 중 절반에겐 20분이 지나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이 이 과제에서 얼마나 많은 보상을 획득했는지를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지만,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오직 자신의 보상액만 보게 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출처: Emiliano Huet-Vaughn(2013)



이렇게 첫 번째 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두 번째 라운드를 진행하도록 하니까 ‘투명주의 그룹’과 ‘비밀주의 그룹’의 성적에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투명주의 그룹 참가자들이 더 열심히 과제에 응했고 성적도 훨씬 좋았던 겁니다. 이런 효과는 첫 번째 라운드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던 참가자들(실제로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조작된 참가자들), 즉 ‘하이 퍼포머’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고성과자들은 연봉 비밀주의일 때보다 연봉 투명주의일 때 더 열심히 일한다’는 과거의 연구와 상통하는 결과였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참가자가 받아가는 ‘성공 단가’를 변화시켜도(첫 번째 라운드보다 단가를 낮게 혹은 낮게 책정해도) 이런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상식과 달리 연봉 투명주의가 개인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특히 고성과자임을 보상을 통해 인지하면 계속해서 고성과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연봉 투명주의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요? 많지 않지만 몇몇 벤처기업들 외에 홀푸드(Whole Foods)는 대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모든 보상액과 성과를 회사 인트라넷에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봉 투명주의를 실시하면 직원들이 자신의 보상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보상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Under New Management>의 저자 데이비드 버커스(David Burkus)가 HBR에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홀푸드의 CEO 존 맥키(John Mackey)는 직원이 찾아와 ‘왜 이 직원은 나보다 많이 받는가?’라고 물을면 이렇게 답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더 가치가 있는 직원이다. 당신이 그 직원만큼 성과를 올리면 당신에게 똑같이 보상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연봉 투명주의가 과연 성과를 높이는 효과를 올릴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낮은 연봉을 받는다는 걸 알면 일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자신이 보기에 별로 능력 없는 친구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질투하면서 일하려는 동기를 잃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럴 때는 예측하지 말고 ‘실험’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연봉 투명주의를 적용하는 부서와 연봉 비밀주의를 계속 유지하는 부서(물론 서로 비슷한 업무를 하는 부서)를 비교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면밀하게 관찰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입니다. 이런 실험을 위해서는 ‘연봉은 무조건 비밀에 부쳐야 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 Emiliano Huet-Vaughn(2013), Striving for Status: A Field Experiment on Relative Earnings and Labor Supply, UC Berkeley Working Paper.


- https://hbr.org/2016/03/why-keeping-salaries-a-secret-may-hurt-your-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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