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이 블로그에 ‘책상이 지저분하면 일 못한다’라는 글과 ‘지저분한 책상이 창의력에 도움 된다’란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두 글 모두 굉장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책상을 지저분하게 쓰는 분들에게는 변명의 근거를 주었고, 동료의 지저분한 책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분들에게는 비판의 근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저분한 환경이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지만, 자기조절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지저분한 업무환경이 방해가 된다는 것이 두 글의 요지였죠.


오늘 소개할 연구는 지저분한 환경에 처하면 목표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지저분한 책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변명거리(?)를 줍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교의 밥 훼니스(Bob M. Fennis)와 제이콥 비벤가(Jacob H. Wiebenga)는 길거리에서 43명의 쇼핑객에 접근하여 “나는 특정 포인트를 획득하면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 좋아한다”, “쇼핑가가 사람들로 붐비는 것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다”라는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상관분석을 해보니, 복잡함 때문에 불쾌감을 느낄수록 포인트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지가 높았습니다. 간단한 설문이었지만, 복잡한 환경에 처할수록 목표의 최종점(endpoint)을 제시하는 것에 끌린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source: www.firefold.com



훼니스와 비벤가는 90명의 네덜란드인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1그룹에게 복잡하고 지저분한 상점을 찍은 사진을(선반에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2그룹에게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점 사진을, 3그룹에게는 중립적인 사진을 웹사이트의 배경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구매 포인트를 모으면 카탈로그에서 상품을 골라서 가질 수 있는 보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포인트에 도달할 용의가 있다.”, “추가 점수를 얻기 위해 좀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싶다” 등의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상한 대로, 복잡하고 지저분한 배경사진을 본 참가자들은 깔끔한 사진을 본 참가자들에 비해 보상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료하고 싶다는 동기가 더 강했습니다. 


훼니스와 비벤가는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더러운 환경에 처할수록 질서가 잡힌 상황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밝혔는데, 그런 심리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강화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78명의 미국인들에게 “나는 분명하고 잘 구조화된 삶의 방식을 좋아한다”, “일상생활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삶을 보다 즐길 수 있다” 등의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은 후에 판매업자가 두 가지의 보상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는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얼마의 포인트를 모아야 얼마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다른 하나는 따로 종료일과 보상액, 획득해야 할 포인트 점수가 모호한 프로그램이었죠. 깔끔하고 질서 잡힌 생활을 좋아하는 참가자일수록 구체적이고 분명한 보상 프로그램을 더 많이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항상 책상을 지저분하게 쓰는 사람들에게 변명거리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훼니스와 비벤가의 실험은 늘 업무환경을 깨끗하고 질서 있게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목표 달성의지가 크다는 점이 아니라, 복잡하고 지저분한 상황에 처하게 할 때 사람들은 질서 잡힌 모습을 찾으려는 목적으로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을 밝힌 연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언가를 집중하고 있는 직원의 책상이 지저분하다고 해서 그에게 굳이 다가가 책상을 정리하라고 핀잔을 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이 연구가 일러줍니다. 그 직원은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표(크든 작든)에 최고로 집중하는 상태일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참고논문)

Fennis, B. M., & Wiebenga, J. H. (2015). Disordered environments prompt mere goal pursuit.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43, 226-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