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게 야단 맞으면 동료에게 무례해진다?   

2015. 7.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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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주사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붉게 된다는 뜻인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남의 행동이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행동은 전염된다’는 뜻이죠. 직장 내에서 많은 직원들이 상사나 동료의 무례한 언행(폭언, 경멸, 비웃음, 심한 장난, 왕따 등)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98%의 직원이 무례함을 경험하고, 50%의 직원들은 매주 한번꼴로 그런 일을 당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한다면 이토록 무례함이 조직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무례한 행동을 당했을 때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무례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 감기가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감기를 옮기는 것처럼, 무례함을 전염시키는 ‘숙주’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플로리다 대학교의 트레보 폴크(Trevor Foulk)와 동료 연구자들은 부정적인 행동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전염성이 높고, 감기처럼 쉽게 퍼진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주장합니다. 누군가에게 당한 무례함을 엉뚱한 타인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것이죠. 심하지 않은 부정적 행동 역시 그러하다고 폴크는 말합니다. 그는 90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짝을 지어 11회의 협상 세션을 7주 동안 수행하게 하고, 매회마다 협상 파트너의 무례함 정도와 본인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분노, 불안, 혼돈스러움)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또한 그는 세 번째 협상 세션부터는 ‘협상 파트너에게 얼마의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를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파트너와 40씩 동일하게 나누는 옵션, 본인이 50을 갖고 파트너에겐 20을 주는 옵션, 본인이 30을 갖고 파트너는 아무것도 못 갖게 만드는 옵션 중 하나를 택하게 한 것이죠. 여기에서 마지막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 30밖에 못 갖기 때문에 가장 불리하지만 파트너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음으로써 앙갚음할 수 있는, 가장 적대적인 옵션입니다. 


분석 결과, ‘이전 파트너’에게서 무례함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 파트너’로부터 무례하다고 평가 받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다음 협상 파트너’는 그 사람에게 적대적인 옵션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전 파트너’와 ‘다음 파트너’ 사이에 상호작용이 없었음에도 말입니다. 7주 동안 이 실험이 이어졌기에 협상 세션들 사이의 공백기가 1주일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효과는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폴크는 후속실험에서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행동을 하는 모습을 경험하면 ‘무례함’에 대해 민감해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험실에 늦게 도착한 공모자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면서 혼을 내는 상황을 지켜보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옳은 단어와 틀린 단어(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빠르게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죠. 그랬더니, 무례한 상황을 본 참가자들은 무례함에 관련된 단어들(bluntly, boorish, brutish, infringe, obscene, surly, tactless, disturb, pushy, intrude)들을 특별히 빨리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례함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받고 결국 자기 자신의 행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폴크가 수행한 세 번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앞서 언급했듯이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무례한 언행들이 상대방 뿐만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을 시키고, 한번 전염이 되면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경멸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똑같이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꼬집고 있죠. 흔히 같은 회사에 다니면 ‘한솥밥을 먹는다’라고 표현하는데(저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말은 그만큼 나의 행동이 남을 전염시키기 쉽고 남에게 전염되기 쉬운 조건에 있다는 뜻으로 비틀어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사로부터 심한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동료에게 무례하게 행동할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Foulk, T., Woolum, A., & Erez, A. (2015). Catching Rudeness Is Like Catching a Cold: The Contagion Effects of Low-Intensity Negative Behavior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DOI: 10.1037/apl0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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