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이고 엄격한 평가가 과연 좋은가?   

2015. 3. 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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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에서 평가자들에게 직원들의 역량과 성과를 (어렵더라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해도 상사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따라 평가 결과가 왜곡되는 일은 어느 기업이나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여러 상사를 경험해 본 분들을 알겠지만, 인사평가에 관련하여 상사의 극단적인 평가 성향을 2가지로 나눈다면, 직원들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상사와 ‘관대’하게 평가하는 상사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평가 스케일이 5점 척도라면, 평가에 엄격한 상사는 정규분포 모양처럼 평균이 3점에 형성된 분포를 그리고, 관대하게 평가하는 상사는 평균이 4점으로 치우친 분포를 나타내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그런데 평균이 3점인 정규분포를 그린다고 해서 평가에 ‘엄격한’ 상사가 직원들의 역량을 올바르게 평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인사팀에서는 엄격한 상사가 객관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고 칭찬하겠지만, 과연 그 엄격함을 객관성과 등치시킬 수 있을까요?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그렇게 엄격한 평가가 직원들의 ‘향상 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상사로부터 관대한 평가를 받는 직원들은 ‘이 정도면 괜찮구나’라며 자만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자신의 역량 향상에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지 모릅니다. 반면,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들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존재하죠.





잭 젠거(Jack Zenger)와 조셉 포크만(Joseph Folkman)이 모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들의 업무몰입도(level of engagement)는 평균적으로 47퍼센타일이었지만, 관대한 상사를 둔 직원들의 경우에는 60퍼센타일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관대한 상사가 직원들의 업무 의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단서를 줍니다. 실제로 드러난 직원들의 성과가 어떻든 간에,  직원들은 자신들을 매순간 ‘매’의 눈으로 바라보며 피드백하는 엄격한 상사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역량을 끌어올릴 의욕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면평가를 할 때 발생합니다.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은 자신의 부하직원과 동료들로부터 리더십 스킬을 ‘낮게’ 평가 받기 때문입니다. 젠거와 포크만의 분석에 따르면 동료들은 관대한 상사를 둔 직원의 리더십 스킬을 51~56점 정도로 평가한 반면,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에게는 42~45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엄격한 상사 밑에 있는 직원들의 실제 리더십이 취약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차세대 리더를 선발한다면 엄격한 상사 밑에 있던 직원보다는 관대한 상사를 뒀던 직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쁘게 보면 나빠지고, 좋게 보면 좋아진다’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3점을 중심으로 한 정규분포에 근접하게 평가하는 엄격한 상사가 ‘직원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니까 좋은 상사다’라는 인식은 옳지 않습니다. 그런 엄격한 평가가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거니와 동료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해 사기를 떨어뜨리니 말입니다. 엄격한 상사가 설령 옳게 평가한다 해도 이런 부정적인 효과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의욕과 역량은 정체되거나 떨어질지 모릅니다. 젠거와 포크만의 연구는 ’평가를 도대체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던지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평가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지만 설령 가능한다 한들 그렇습니다. 모 조찬 강의에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저에게 다가와 따지던 분께 이 말씀을 분명히 드리고 싶네요. "객관적인 평가요? 가능하다면 제발 좀 하세요. 하지만 그게 좋다는 보장은 못합니다!"라고요. ^^ 



(*참고문헌)

https://hbr.org/2015/01/if-your-boss-thinks-youre-awesome-you-will-become-more-awesome?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harvardbusiness+%28HBR.org%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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