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2015. 1.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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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있는 동물원에 가면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주홍 빛깔의 새들이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듯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홍학(Flamingo)이다. 홍학은 조류 중에서 사회성이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군무를 추는 듯한 행동은 음악 소리에 반응한다기보다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본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학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증거는 번식율이 무리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데 있다. 홍학은 무리의 규모가 20마리 미만일 때는 번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20~30마리가 되면 그 때부터 활발하게 번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동물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홍학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하는 사육사들은 무리를 일정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타롱가 공원의 동물원은 홍학들이 서로 짝짓기를 하려고 하지 않자 커다란 거울로 우리를 둘러싸서 개체 수가 많아 보이도록 꾀를 쓰기도 했다. 우스꽝스러운 방법이었지만 번식하는 데에 꽤 효과가 있었다.



학자들은 홍학의 이런 습성을 '앨리 효과(Allee Effect)’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생태학자인 월더 앨리(Warder C. Allee)가 어항 속 금붕어들이 개체 수가 많을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에서 유래한다. 앨리는 그 연구를 통해 단독으로 생활하는 것보다 군집을 이루는 것이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고, 협력이 사회의 전반적인 진화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무리의 크기가 커지면 부정적인 효과도 함께 발생한다. 한정된 먹이를 놓고 개체들끼리 심한 다툼이 일어나고, 짝짓기 대상을 놓고 수컷끼리 과도한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의 크기가 작으면 짝짓기할 대상이 적어서 번식력이 떨어지는 문제와 천적의 공격을 공동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홍학을 보며 개인보다 조직을 이루어 일하는 인간 사회의 이점을 떠올릴 수 있다. 팀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섞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발’된다는 점, 홍학들이 포식자의 위협을 함께 막아내듯이 함께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점은 집단의 효용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대개의 경우, 집단이 개인보다 똑똑하다.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높이는 것이 집단의 건강과 개인의 행복을 보장한다.

이번엔 원숭이 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원숭이들은 과자를 얻어 먹으려고 내내 철망에 매달려 있다. 박수를 치며 이리로 던지라고 하는 놈도 있고, 어떤 놈은 자신에게는 과자를 던져주지 않는다고 화가 난듯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끼니마다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할텐데 놈들은 왜 그렇게 먹는 것에 열을 올릴까? 그 이유는 매우 지루하기 때문이다.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어서 과자를 받아 먹음으로써 지루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관객이 던져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입으로 가져간다. 하도 먹어대서 배의 압력 때문에 질식해서 죽는 곰이 있고, 어떤 고릴라는 먹었다가 토해내고 다시 먹는 일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마치 고대 로마의 귀족들이 깃털로 목젖을 건드려 토하고 또 먹었던 것처럼.




너무나 지루한 일상 탓인지 고양이과 동물들도 이상한 행동을 나타낸다. 죽은 새나 죽은 쥐를 공중으로 높이 던지고 나서 그것을 쫓아가서 잡아챈다. 마치 살아 있는 먹잇감을 사냥하듯이 말이다. 죽은 먹이를 '날도록' 만들면 살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늘어질대로 늘어진, 평탄한 일상은 우리 몸에 무척 해롭다. 자극이 빈곤한 일상은 폭식과 같은 잘못된 자극원(原)에 탐닉하도록 만들어 비만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고양이과 동물들이 그러하듯 정신적인 이상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지루한 생활에 액센트와 스타카토를 가해 줄 ‘따갑고 새로운’ 자극이 늘 필요하다. 탐식처럼 ‘익숙한' 자극에 몰두하는 건 타락의 지름길이다. 보다 새로운 자극, 보다 나은 자극, 보다 건설적인 자극을 발견하도록 애쓰자. 다채로운 색깔로 삶을 물들이자. 

날씨 좋은날, 이왕이면 한산한 평일에 혼자 동물원에 가보라. 동물들에게서 인간 본능의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물원을 어슬렁거리는 한 두 시간이 새롭고 ‘맛있는’ 자극이 될 것이다.


(*참고논문)
Allee WC, Bowen E (1932). "Studies in animal aggregations: mass protection against colloidal silver among goldfishes". Journal of Experimental Zoology 61 (2): 18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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