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요즘 많은 기업들은 그룹웨어를 통한 전자결재 방식을 쓰고 있기에 직접 대면하여 보고하거나 결재 받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서 최고경영자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할 때는 ‘대면 보고’ 방식이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비용 처리라든지 휴가 신청과 같이 상대적으로 소소한 결재는 대면하지 않은 채로 온라인에서 결재가 이루어지곤 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전자결재까지 등장해서 직원이 밖을 돌아다니면서도 언제든지 상사에게 결재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상사와 직원이 서로 대면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결재와 승인 방식이 시간과 공간 상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많은 기업에서 선호되고 있지만, 몇몇 상사들은 결재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한번이라도 더 직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직접 대면해야 자신이 승인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그래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몇 조직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결재를 요청해 놓고(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기에) 직원이 따로 상사를 대면하여 결재 내용을 설명하고 승인을 받는, 2중 프로세스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직접 대면 보고와 전자결재 방식, 이 중 어떤 것이 결재의 ‘질’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 등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늘은 완벽하게 결론을 내주는 연구는 아니지만, 직접 대면 보고를 지지하는 논문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UC버클리의 알렉스 반 잰트(Alex B. Van Zant)와 로라 크레이(Laura J. Kray)는 직접 대면하며 소통하는 방식이 거짓말하려는 욕구를 줄인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런 효과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어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잰트와 크레이가 규명하고자 한 것은 대화를 주고 받지 않은 채 그저 얼굴을 잠깐 동안 대면하는 ‘최소한의 대면 조건(minimal face-to-face interaction)’만으로도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느냐였죠. 





그들은 180명의 UC버클리 대학생들이 실험실에 도착하면 옆방에 있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전략 게임을 하도록 하고 상대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를 속여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야 실험이 끝난 후에 받는 수고료를 높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참가자들은 상대에 대한 정보를 받은 다음, 그에게 진실을 알릴 것인지 아니면 거짓된 메시지를 보낼지를 결정해야 했죠. 잰트와 크레이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한 채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상대(실제로는 실험 공모자)과 복도에서 만나 ‘말없이’ 정보를 주고 받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겐 서로 말은 나누지 못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죠.


이런 조치를 취하고서 잰트와 크레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옵션을 보여줬습니다.


옵션 A: 10달러는 당신이 갖고, 12달러는 상대가 갖는다

옵션 B: 12달러는 당신이 갖고, 10달러는 상대가 갖는다


이 두 개의 옵션을 접한 참가자들은 상대에게 다음 중 하나의 정보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진실 : 당신은 옵션B보다 옵션A를 선택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거짓 : 당신은 옵션A보다 옵션B를 선택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본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 중 84%가 진실을 알린 반면, 상대의 얼굴을 못 본 참가자들은 65%만 진실을 알렸습니다. 또한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이 ‘도덕적 관심도’가 더 높았죠.


이 짧은 실험은 서로 대화를 주고 받지 않아도 얼굴을 접하면 상대방에게 거짓된 정보를 덜 전달하려는 경향이 존재함을, 다시 말해 ‘더 정직해지려 한다’는 점을 간명하게 보여 줍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전자결재보다 직접 대면이 훨씬 낫다는 점을 확증할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상사의 얼굴과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험에서처럼 얼굴을 잠깐 본다고 해서 더 정직해지리라 예단할 수는 없죠. 만일 실험이 이미 얼굴을 아는 상대에게 진실 혹은 거짓을 전달하도록 이루어졌다면 그리고 복도에서 잠깐 만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태로 실험 조건을 꾸몄다면,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저는 이런 실험에서도 얼굴을 잠깐 보는 것이 참가자들의 정직도를 높일 거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실증해보는 수밖에는 없겠죠.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전자결재, 그리고 직접을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대면 결재, 어떤 것이 거짓말하려는(즉 결재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려는) 욕구를 줄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Van Zant, A. B., & Kray, L. J. (2013). " I Can't Lie to Your Face": Minimal Face-to-Face Interaction Promotes Honesty. Institute of Industrial Relations, UC Berke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