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주라. 그러면 고객은 감동할 것이다.’ 이런 조언을 여러 번 들어봤을 겁니다. 처음에는 적은 것을 약속했다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해주면(underpromise and overdeliver),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크게 만족하여 계속적으로 재구매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은 이런 조언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죠. 그러나 우리는 항상 이런 상식과도 같은 조언을 의심해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하죠.


다행히도 UC 샌디에이고의 행동경제학자 아엘릿 그니지(Ayelet Gneezy)는 시카고 대학교의 니콜라스 에플리(Nicholas Epley)와 함께 ‘적게 약속하고 그보다 많은 걸 해주라’는 조언이 옳지 않다는 점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오늘은 그들이 최근에 발간한 논문을 살펴보면서 상식에 반하는 그들의 주장이 옳은지 따져보겠습니다. 그니지와 에플리는 약속한 바를 지키는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 약속한 것보다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경우에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acircleoffriendsoregon.com



먼저 그니지는 62명의 대학생들에게 한 단락 짜리 시나리오를 읽게 했는데, 그 내용은 A라는 학생이 자신들에게 기말 과제(term paper)를 리뷰해 주고 전반적인 피드백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니지는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황, A가 약속한 바를 꼭 맞게 지킨 상황, A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해준 상황으로 학생들을 나눈 후에 ‘얼마나 행복할지’, ‘향후에 A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나중에 A를 얼마나 도와주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 세 가지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A가 약속을 초과했을 때(더 많이 해줄 때)의 평가는 A가 약속을 지켰을 때보다 더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니지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던 다른 학생들에게 똑같은 상황을 제시하고서 A의 성격이 ‘이기적인지, 공정한지, 후한지’를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이기적이라는 평가는 높고 공정하거나 후하다는 평가는 낮았죠. 하지만 A가 약속한 바를 지켰을 때나 약속을 초과했거나 평가는 비슷하게 나왔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지금까지의 실험은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진행했기에 부정확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니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누군가 자신들에게 약속을 깼거나 약속한 바를 지켰거나 약속한 바를 초과해서 해줬던 때를 각각 회상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11점 척도로 평가하라고 했죠. 당연하게도 참가자들은 약속이 깨졌을 때 가장 행복하지 않았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누군가가 약속을 초과해서 해줬던 때의 행복감은 약속이 지켜졌을 때의 행복감보다 특별히 크지 않았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그러나 이 또한 과거의 사건에 대한 회상을 토대로 진행했기에 결과의 신뢰성을 공격할 여지가 있겠죠. 그래서 그니지는 참가자들에게 실제로 약속했다가 깬 상황, 약속을 지키는 상황, 약속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는 상황에 각각 처하게 하는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니지는 참가자들에게 숫자들이 빼곡하게 쓰인 표에서 0의 개수를 세라는 40개의 퍼즐을 준 다음 맞힌 만큼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퍼즐이 40개나 되어서 시간 내에 풀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그니지는 각 참가자들을 ‘내가 10개의 퍼즐을 대신 풀어주겠다’라고 말하는 조력자와 함께 짝을 맺도록 했습니다.


10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가 5개만 풀어주는 상황, 약속한 대로 10개를 풀어주는 상황, 15개나 풀어주는 상황에 각각 처한 참가자들에게 그니지는 조력자가 얼마나 애를 써서 도와줬는지, 조력자가 얼마나 약속을 지킬 의도가 있었는지, 조력자의 도움에 얼마나 기쁨을 느꼈었는지, 조력자의 도움에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조력자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 해줬다고 해서 약속한 바를 지킨 상황보다 특별히 더 애를 썼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더 기뻐하거나 고마워 하지도 않았고, 조력자가 약속을 지킬 의도가 더 컸다고 여기지도 않았죠.


그니지와 에플리가 실시한 일련의 실험은 ‘적게 약속하고 더 크게 해주라’는 조언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약속한 것보다 초과해서 해주려고 하기보다 약속한 바를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점도 시사합니다. 약속보다 더 많이 해주려고 하다가는 무리수를 두기 쉬운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주문도 하죠.


물론 실제의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적은 것을 약속하고 그보다 더 많이 해주라’는 소위 ‘최소 약속, 초과 제공’이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지,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곰곰히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니지의 연구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부러 ‘적게 약속하는’ 꼼수를 쓰느니, 할 수 있는 만큼 약속하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Gneezy, A., & Epley, N. (2014). Worth Keeping but Not Exceeding Asymmetric Consequences of Breaking Versus Exceeding Promise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1453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