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2014. 7.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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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에는 오랫동안 계속돼 온 해묵은 논쟁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대표적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 바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이다. 본성론자들은 인간의 성격, 행동, 능력 등이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고 믿는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성격이나 지능을 결정하는 변수라고 주장한다. 본성론자 중 대표격인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행동이 동물보다 지능적인 이유는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 속에 이미 많은 것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환경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서판(Blank Slate)’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받아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서판 위에 그려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격을 가한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 개수가 고작 3만개 밖에 안 된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는 양육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 그들은 유전자 수가 적다는 사실을 환경이 주로 개입하여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본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유전적 결정론, 그리고 양육론자들이 내세우는 환경 결정론 중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에는 '양자택일의 오류'라는 게 있다. 두 개의 주장이나 대안이 있을 때 '둘 중 하나만을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해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몰고 갈 때 쓰는 말이다. 방금 던진 질문이 바로 양자택일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다른 가설은 없는 것일까?


과학 저술가인 매트 리들리는 본성론자와 양육론자 모두 양자택일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유전(본성)과 환경(양육)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면서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제3의 개념을 주장한다. 유전자가 서판 위에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환경이 색칠을 하여 하나의 인간을 완성한다는 것이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아름다운 외모’는 확실히 본성의 결과인 듯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음식, 위생, 운동, 화장 등 후천적 환경과 노력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50대의 나이에 ‘동안 미녀’라고 불린 데미 무어. 애쉬튼 커처와의 이혼으로 관리에 소홀했는지 급격히 노화된 얼굴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홀로 집에>에서 깜찍스러운 연기를 보였던 매컬리 컬킨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33세가 아니라 50대 아저씨로 보인다. 따라서 아름다운 외모는 본성과 양육의 협조를 통해 완성되지 어느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를 해볼까? IQ는 본성일까 아니면 양육의 결과일까? 논란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유전과 환경이 각각 50퍼센트씩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디킨스 박사는 IQ는 유전적인 영향이 크긴 하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부모가 아이를 교육시키면 IQ가 급상승할 수 있고, 그 후에 지능을 자극하는 정도가 낮아지면 IQ는 올라간 만큼 떨어진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고 양육론자들은 사회적, 교육적인 환경이 지적 자극을 가하는 방향으로 조성되면 더 똑똑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우쭐해 할지 모르지만, 디킨스는 나이가 들면서 IQ에 대한 환경적 영향은 적어지고 유전적 효과가 커진다고 말한다. 


<본성과 양육이라는 신기루>를 쓴 과학자 이블린 폭스 켈러는 “환경적 요소가 없다면 유전자는 개체를 발생시킬 수 없고,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환경은 아무런 힘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하면서 “유전자와 환경 중 어떤 원인이 더 많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것 자체부터 어리석은 질문이다.”라고 일축한다. IQ는 유전자와 환경의 합작품인 셈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IQ는 지능검사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높게 나올 뿐, 창의력, 문제해결력, 탐구력과 같은 진정한 ‘지적 능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 IQ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비네도 말했듯이, IQ는 학습 지진의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IQ가 낮다고 유전자나 환경, 어느 한쪽을 특별히 비난하지 말자. 서로 탁구공을 주고 받듯 상호작용한 결과이니까 말이다.



(*이 글은 월간 <샘터> 5월호에 '과학에게 묻다'라는 코너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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