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부처 공무원이든 지자체 공무원이든 그들에게 강조되는 가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실제의 워딩이야 조금 다르겠지만, 그냥 생각해 봐도 시민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성, 청렴과 윤리의 실천 등이 공무원들이 실천에 옮겨야 할 핵심적인 가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달리 공무원들에게 특별히 요구되고 강조되는 가치는 바로 청렴과 윤리겠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지만, 국민들은 비리와 부패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고위직이든 그렇지 않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나라의 공복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저런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느냐’며 분노합니다. 그래서 원래부터 청렴한 생활을 추구하고 윤리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을 공무원으로 선발(정무직이든 그렇지 않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습니다.



출처: theafricanbusinessreview.com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공무원을 지망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성향이 남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을 추측케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레마 한나(Rema Hanna)와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싱이 왕(Shing-Yi Wang)은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공무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비록 그들의 연구가 부패와 비리가 만연하기로 소문난(?) 인도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나, 청렴한 공무원을 선발하고 육성하려고 애를 쓰는 정부 당국자들(그리고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그들의 연구 과정을 살펴볼까요? 한나와 왕은 인도 방갈로의 졸업반 대학생들 669명에게 인지 능력과 열망, 성격적 특성 등을 조사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거짓으로 알린 후에 주사위 던지기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주사위에서 나온 숫자에 0.5를 곱한 값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임이었죠. 다시 말해, 주사위 숫자가 1이면 0.5루피, 6이면 3루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주사위를 42번 던질 수 있었기에 최소 21루피에서 최대 126루피를 벌 수 있었죠. 


한나와 왕은 학생들에게 기록지를 주고서 주사위에서 나온 숫자를 스스로 적게 했습니다. 학생들이 적어낸 기록과 통계적인 분포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봄으로써 상대방을 속이려는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자 했죠. 연구자를 속여서 많은 돈을 가져 갈 마음이라면, 42번을 던져 주사위 숫자 6이 나올 경우의 수인 일곱 번보다 더 여러 번 나왔다고 거짓 보고를 할 테니까 말입니다.


실제로 분포를 보니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통계적인 분포를 벗어나 높은 숫자가 더 많이 나왔다고 거짓 보고를 했습니다. 34.2퍼센트의 학생들은 이론적인 분포의 99퍼센타일 이상의 값을 써냄으로써 거의 매번 6이 나왔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한나와 왕은 학생들의 희망 직업과 이 게임의 결과를 비교했는데, 주사위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써낸 학생일수록, 즉 정직하지 않았던 학생일수록 공무원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중간값보다 높은 점수를 써낸 학생들은 중간값보다 낮은 점수를 보고한(상대적으로 정직한) 학생들에 비해 공무원을 선호할 확률이 6.3퍼센트 높았으니까 말입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주사위 게임에서 남을 속이는 행동을 공무원이 되고 나서의 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기에 한나와 왕은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는 보건소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주사위 게임을 실시했습니다. 간호사들도 역시나 이론적인 분포보다 높게 거짓 보고를 했는데, 중간값보다 높은 점수를 써낸 간호사들이 중간값보다 낮은 점수를 보고한 간호사들에 비해 거짓 사유로 결근하는 경향이 7.5퍼센트 더 높았습니다. 한나와 왕은 주사위 게임에서의 거짓말이 실제 공직에서의 비리 가능성을 추정케 하는 좋은 지표라는 점을 통계 분석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나와 왕의 연구는 애초에 ‘남을 속이는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공무원이 되기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희망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그들은 주사위 게임 외에 ‘메시지 전달 게임’, ‘독재자 게임’ 등을 통해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도에서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남에게 봉사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사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 실험은 부패와 비리가 성행하는 인도에서 실시되었기에 우리나라의 상황과 일대일로 등치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실험해 볼 것을 연구자들에게 권해 봅니다). 그러나 아래 표에서 보듯이,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중국, 필리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측면에서 한나와 왕의 연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이 곧 ‘경제적 권력’과 ‘출세’를 의미하는 사회일수록 이러한 연관관계(‘남을 속이는 사람일수록 공무원이 되기를 원한다’)가 뚜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세계일보 2014년 5월 7일자



한나와 왕의 연구는 공무원을 선발할 때 그들의 업무능력을 위주로 평가하기보다는 청렴성과 윤리성 평가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인사이트를 우리에게 재차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연구입니다.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직원을 선발할 때 이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어쩌면 평소 남을 속이려는 성향이 높은 자들이 조직 내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훨씬 ‘열망’하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Hanna, R., & Wang, S. Y. (2013). Dishonesty and Selection into Public Service (No. w19649).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