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회의하면 훨씬 좋은 이유!   

2014. 5.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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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책상 앞에 앉아 이것저것 궁리해 봐도 뾰족한 수가 생기기 않고,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럿이 회의실에 모여 의견을 나누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 것 같지만 어떤 아이디어가 ‘안 되는 이유’만 서로 공유하느라 역시나 미궁에 빠지고만 경험이 여러 번 있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생각의 교착 상태에 빠질 때는 차라리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산책’을 해야 합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마릴리 오페쪼(Marily Oppezzo)와 다니엘 슈월츠(Daniel L. Schwartz)는 걷는 행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혔으니까 말입니다.





오페쪼와 슈월츠는 ‘몸과 생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Mind-Body Connection)’라는 관점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연구들을 기초로 몇 가지 실험을 구상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48명의 참가자들에게 의자에 앉아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두 가지 상반된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하나는 단추나 타이어와 같은 물건들을 원래의 용도 이외에 용도로 쓸 수 있는지를 4분 동안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해 내는 과제로서 ‘발산적인 사고(divergent thinking)’, 즉 창의력을 측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일종의 연상 퀴즈로서 세 개의 단어를 듣고 나서 ‘함께 붙여서 쓸 수 있는’ 공통적인 단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코티지(cottage)-스위(Swiss)-케이크(cake)’가 주어지면, 세 단어와 함께 쓸 수 있는 ‘치즈(cheese)’란 단어를 답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했죠. 이 과제는 ‘수렴적인 사고(convergetn thinking)’을 측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두 가지 과제를 완료한 참가자들은 러닝 머신 위를 걸으면서 동일한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다른 용도 생각하기’에서 참가자들은 앉아 있을 때보다 러닝 머신 위를 걸을 때 60퍼센트 이상의 향상을 나타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걸을 때 참신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의미겠죠. 이것만 보면 걷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수렴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연상 퀴즈에서는 걸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이는 번뜩거리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제하고 심화시키려 할 때는 앉아서 진중하게 골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이 실험은 참가자들을 ‘앉아 있다가 걷게’ 했기 때문에 ‘걷게 한 후에 앉게 할 때’의 결과는 다르게 나올지 모른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페쪼와 슈월츠는 ’앉아 있다가 다시 앉는(sit-sit) 조건’, ‘앉아 있다가 걷게 하는(sit-walk) 조건’, ‘걷다가 앉게 하는(walk-sit) 조건’을 설정하여 참가자들에게 ‘다른 용도 생각하기’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그랬더니, 걸으면서 과제를 수행하고 나서 다시 앉으면서 과제를 수행한 경우(즉 walk-sit 조건)에는 창의력 수준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걸을 때는 평균 12개 정도의 용도를 말하는 참가자들은 앉아 있을 때는 평균 9개 가량의 용도만을 대답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조건에서의 성적은 ‘앉아 있다가 걸은(sit-walk)’ 조건에서의 성적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수했습니다. sit-walk조건에서는 앉아 있을 때 평균 3개 가량, 걸을 때는 평균 9개 가량이었으니까 말입니다(sit-sit 조건은 성적이 3개보다 저조했습니다). 


이 결과를 음미해 보면, 나중에 걷던 아니면 처음부터 걷던 간에 ‘걷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후속으로 진행된 다른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는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함에 있어 실내의 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이 야외에서 걷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 특이할 만한 했습니다.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회의실에 러닝 머신을 설치해 두고 그 위를 걷는 것이 좋다는 뜻이죠.


오늘도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좁은 회의실에 모여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한숨만 푹푹 쉬지 말고 공원으로 나가 ‘걸으면서 회의를 하자’고 제안하면 어떨까요? 남들 보기에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생산적인 방법이니까 말입니다.


철학자 니체는 “진정으로 위대한 모든 생각들은 걸으면서 떠오른다”라고 말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지루한 회의를 이어가지 말고 거리로 나가거나 공원 한 바퀴를 걸으면서 ‘다리로 생각하는 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회의실에서만 회의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참고논문)

Oppezzo, M., & Schwartz, D. L. (2014). 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 creative think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Apr 21 , 2014, No Pagination Specified. doi: 10.1037/a0036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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