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관자의 고백   

2008. 6.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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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오늘 아침에 이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는 절망했다. 80년대 공안 정국을 이겨내며 우리가 이룬 민주화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억장 무너듯이 붕괴되는 모습이다.

나는 글을 통해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 사진은 그동안 내가 비겁한 방관자에 불과했구나, 라는 뼈 아픈 자괴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간 나는 펜으로는 '극력 반대'를 외치면서도 촛불집회는 웬지 나가기 싫었다. 아니, 귀찮았다. 나 말고도 그곳에 나가서 내 대신 목소리를 높여 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나는 그저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왜 사람들이 몇 천명 밖에 모이지 않는 걸까, 왜 오늘은 촛불집회를 하지 않는 걸까, 6.10 항쟁 때처럼 모든 국민이 일어서면 될텐데, 라고 안타까움에 혀를 찼었다. 그리고 늘 달콤하게 잠을 자고 배 부르게 밥을 먹었다.

그래, 나는 비겁했다. 그리고 지금도 비겁하다. 이 사진을 보며 울분을 토해 내면서도 지금 당장 청계천으로 달려갈 생각보다 오늘 저녁에는 식구들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겁 많은 생활인이다.

나의 직업은 경영 컨설턴트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을 빗댄다면, 경영 컨설턴트는 노(勞)보다는 '사(使) 프렌들리' 성격이 강한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날 때마다 나름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외치고 있지만, 그 때마다 한계와 모순을 느낀다. 경영자를 대변하면 우파와 신자유주의의 매파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면 좌파와 분배론자로 몰리기도 한다. 컨설턴트는 괴로운 직업이다.

방관과 참여 사이에서 나는 괴롭다. 괴롭고 슬프다. 슬프고 분노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비겁자다.

당신도 그렇지 아니한가? 이제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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