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시인이자 과학자인 미로슬라프 홀룹이 쓴 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헝가리 군 소대장이 소대원과 함께 알프스 산맥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소대장은 몇 명을 뽑아 온통 눈으로 뒤덮힌 곳으로 정찰을 내보냈다. 헌데 정찰을 떠나자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틀 동안 지독하게 퍼부어댔다. 이미 복귀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지났지만 정찰대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대장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자신을 책망했다.

 

하지만 3일이 지나자 정찰대원들은 모두 소대로 복귀했다. 소대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정찰대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죠. 헌데 어떤 병사가 자신의 호주머니에 지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안심한 우리는 캠프를 설치하고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죠. 지도가 있으니 눈이 그치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소대장은 정찰대원이 건넨 지도를 살펴봤다. 엉뚱하게도 그것은 알프스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다. 피레네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는 산악지대라 알프스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다.


경영학자 칼 웨익은 이 일화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잘못된 지도라고 있는 게 낫다. 왜냐하면 그 지도가 있으면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데 참조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다소 엉성한 예측이라 할지라도 미래를 가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엉뚱한 방향이라 해도 일단 전진할 필요가 있음을 웨익은 역설한다.



출처: btr.michaelkwan.com



토마스 쳐맥이 쓴 책에는 이와 반대되는 입장의 일화가 실려 있다. 1635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북쪽 해안을 조사하다가 지금의 푸젓 사운드라 불리는 만을 발견했다. 탐험가들은 이 정보를 통해 이렇게 결론 내린다. "캘리포니아는 섬이다!”. 그때부터 지도에서 캘리포니아는 미 대륙과 분리된 거대한 섬으로 표현된다. 그 후로 거의 100년 동안 발행된 지도들은 캘리포니아를 섬으로 나타냈고, 1747년에야 캘리포니아가 미 본토와 연결된 반도라는 올바른 정보가 지도에 반영됐다.


캘리포니아가 섬이라는 지도를 가지고 선교 활동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골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캘리포니아에 서쪽 해안에 내린 그들은 바다가 다시 나타날 것을 대비해 배를 분해해 행군을 계속해야 했다. 하지만 바다는 나타나지 않았고 선교사들은 어느덧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말았다. 화가 난 선교사들은 지도 제작자에게 "지도가 잘못됐다. 캘리포니아는 섬이 아니다"라는 편지를 썼다. 그러나 지도 제작자들은 그럴 리 없다며 "당신들이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이다. 지도는 맞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 사례는 헝가리 소대 일화와는 다른 시사점을 준다.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낫다는 것과 달리,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길로 인도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지도를 믿고 나면 마음을 바꾸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오도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믿음으로 융통성 없이 전략을 밀고 나가면 엄청난 실패를 겪게 됨을 경고한다.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나을까, 아니면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결과만을 낳을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이런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에 불과하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상반되거나 배타적이지 않다. 이 둘을 합쳐서 생각해야 한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략의 실행 속도가 중요한 요즘의 상황에서 시대에 뒤떨어지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다. 따라서 알프스 산맥이 아닌 피레네 산맥의 지도를 가지고라도 출발점을 정한 후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는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가진 이 지도는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정보를 기초로 만든 지도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지도를 지우고 새로 그리려는 융통성을 견지해야 한다. 처음에 정했던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는 정보가 들어와도 고수하려는 경영자가 많은데,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선교사들이 올바른 정보를 전해도 지도가 맞다고 우긴 지도 제작자들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미래를 완벽히 예측해야 한다는 입장과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전진하자는 입장 간의 대립을 해소하고 하나로 융화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미래의 시나리오별로 별도의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뿐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면 시나리오라는, 불완전하지만 희망을 제시하는 지도를 가지고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예상치 못했던 강과 산이 나타나면 정찰대를 내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그려가는 것이 미래를 항해하는 경영자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인드다.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용기를 갖는 것이 먼저라는 점은 잊지 말기 바란다.



(*본 글은 <중소기업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