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2일) 부산교통방송의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 코너에 방송된 내용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과도한 판단인지 늘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2013년 7월 2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늘도 시작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드려보겠다. 만약에 사회자께서 어떤 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게임 점수에 따라 돈을 준다면, 그 게임을 계속 해서 하려고 싶어질까? 실제로 이런 실험을 데이비드 그린이란 사람이 수행했는데,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돈을 받자마자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돈을 받기 전에는 재미있게 했지만, 돈을 받고 나니까 돈을 받기 위해서 게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게임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돈 때문에 게임을 한 것이다, 라고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합리화하는 것인데,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과다 합리화’라고 부른다. 오늘은 이렇게 우리가 이런 저런 판단을 할 때 과도하게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결정 내리는 버릇들을 살펴 보고, 어떻게 하면 그런 과도한 판단을 줄일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2. ‘과다 합리화’라? 일반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준다면?


여성분들이 보통 쇼핑을 좋아하니까, 쇼핑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백화점에 갔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새 옷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것을 봤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특별히 그런 종류의 옷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옷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까? 당연히 쇼핑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매장 직원이 그 옷을 많이 할인해 주겠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많은 경우, 횡재라고 생각하면서, 그 옷을 쇼핑백에 담고 신용카드를 내미는 자기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기에게 별 필요가 없는 옷인데도, “꼭 필요해서 샀다. 난 알뜰한 사람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니까”라고 자신을 과다하게 합리화하고 만다. 자신이 할인해주겠다는 말에 혹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몇몇 분들은 싸게 구매해 놓고서 정작 입지 않는 옷들이 옷장에 여러 벌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과다 합리화’의 결과물들이다. 몇몇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과다합리화를 잘 알기 때문에, 일부러 일부 옷의 정가를 높게 붙여 놓고 할인해 주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할인해 주겠다는 말을 할 때는 과다합리화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3. 무언가 결정할 때 자기 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조심하라는 말로 들리는데, 사람들이 원래 그런가?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통제력 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피쇼프라는 심리학자가 사람들에게 일반상식 문제를 풀게 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은 100점 만점이라고 확신한 답안지를 나중에 살펴보니까 실제 점수는 70~80점 밖에 안 됐다고 한다. 이런 경향을 ‘과도한 자신감 편향’이라고 심리학에서는 말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내가 쓴 보고서는 완벽해”라고 말하는 사람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실 헛점이 많이 발견된다. 오타는 물론이고, 보고서의 논리도 엉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은 완벽하다고 말할 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능력을 어느 정도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진짜로 완벽한 사람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렇게 말할 시간에 더욱 완벽을 기하려고 애를 쓴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자신의 판단이나 능력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경향 때문에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4. 상사와 부하직원의 갈등이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생긴다? 왜 그런가? 


일반적으로 상사와 부하직원 중에 누가 업무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을까? 당연히 상사와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부하직원보다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판단을 완벽에 가깝다고 확신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결과는 오스캄프란 학자가 실험으로 밝힌 것인데, 참가자들에게 무언가를 판단하게 했더니, 정보를 많이 가진 참가자가 정보를 적게 받은 참가자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확신했다고 한다. 


상사의 위치에 가면 부하직원일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과도한 자신감이 부하직원의 말을 경청하지 않으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상사들은 이런 과도한 자신감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5. ‘과도한 자신감 편향’을 조심하라고 했지만, 자신감을 갖는 게 좋지 않나?


자신감을 갖는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감이 있어야 도전도 할 수 있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감이 과도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울 때 과도한 자신감이 작용해서 나중에 계획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사람들은 원래 1개월 걸릴 일을 1주일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계획하는 습성이 있다. 부어러하는 학자가 학생들에게 졸업논문을 완성하는 데 얼마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냐고 질문했는데, 학생들은 평균 34일 정도면 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56일 정도나 걸렸다고 한다.


이러한 과도한 자신감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하게 만드는데, 더욱 큰 문제는 개인에게 나쁜 결정을 하도록 해서 오랫동안 불행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6.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면 불행해진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도한 자신감은 개인에게 나쁜 결정을 하도록 해서 오랫동안 불행해지도록 만든다. 지난 번에 ‘사업은 아무나 하나’란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신이 사업가로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 중에 꽤 많은 분들이 “내가 회사에서 이렇게 일을 잘하니까, 독립해서 사업하면 사람들이 날 알아줄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다.


사실 나도 그런 과도한 자신감의 희생양이었다. 컨설팅 회사를 잘 다니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회사를 나왔는데,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일이 잘 진행이 안 돼서 몇 개월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간단히 말해서, ‘망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실패해 버리면, 실망이 커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나도 한동안 그랬던 적이 있다.



7. 과도한 자신감을 갖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 번에 ‘열정은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에서 말씀 드렸지만, 열정은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럴려면, 다른 사람의 의견과 평가를 경청해야 한다. 어떤 일에 자신감이 충만하면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데, 그럴수록 일부러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일러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타인이라면 어떻게 결정 내리겠는가?”라고 스스로에 물어보는 것도, 간단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다. 야니프란 학자가 어떤 음식의 칼로리를 맞춰 보라는 실험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그 음식의 칼로리를 얼마라고 생각하겠는가?”란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이 더 근사하게 맞혔다고 한다. 이렇게 타인의 입장에서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게 꼭 필요하다.



8. 끝으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와닿는 사례를 하나 말씀해 주신다면?


소개팅을 한다든지 선을 볼 때 이성을 처음 만나면,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열심히 판단하려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럴 때 자기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판단을 참조하면 좋은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버드 대학의 길버트란 심리학자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에서 밝혀진 것인데, 어떤 남자의 매력도에 대해서 다른 여학생이 쓴 글을 먼저 보고 나서, 5분 동안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그렇게 했더니, 그 남자의 프로필만 보고 이야기 나눴던 경우보다 남자와의 대화하면서 느끼게 되는 즐거움을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도, 많은 여학생들은 다른 여학생의 의견을 참고할 때보다, 자기가 스스로 판단할 때 더 정확하게 만남의 즐거움을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사리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타인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용하면 과도한 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끝)


(*본 글에 참고한 도서)

<나도 모르게 빠지는 생각의 함정, 편향>, 이남석 저, 옥당,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