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은 사람이 여러분에게 다가와서 설문조사에 응해 달라고 부탁할 때와,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옷을 입은 자가 동일한 부탁을 할 때, 여러분은 누구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을까요? 아마 여러분은 요청하는 사람이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었든 간에 부탁하는 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대답할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하면 여러분은 명품 브랜드를 걸친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네덜란드 틸부르크 대학의 롭 넬리슨(Rob M. A. Nelissen)은 브랜드에 의해 전달되는 '지위 신호'가 사람들의 행동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련의 실험으로 규명했죠. 먼저 넬리슨은 틸부르크 시의 몰에서 쇼핑하는 80명의 손님들에게 설문지를 건네는 사람의 인상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설문자는 네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라벨이 없는 셔츠, 평균 11.85유로 짜리 슬레진저 셔츠, 평균 34.95유로 짜리 라코스테 셔츠, 평균 29.95유로 짜리 토미 힐피거 셔츠를 입고서 손님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손님들은 라코스테와 토미 힐피거와 같이 비싼 셔츠를 입은 설문자를 슬레진저나 라벨 없는 셔츠를 입은 설문자보다 더 부유하고 더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인식했습니다. 단, '친절함'이나 '매력', '신뢰감'은 그룹 간에 차이가 나지 않았죠. 비싼 브랜드가 높은 지위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결과였습니다.


후속실험에서 넬리슨은 조교에게 토미 힐피거 로고가 찍힌 녹색 스웨터를 입게 하고 쇼핑객에게 다가가 설문에 응해 달라고 요청케 했습니다. 그랬더니 52퍼센트의 쇼핑객들이 요청에 응했는데, 이는 동일한 모양, 동일한 색깔이지만 아무런 로고가 찍혀 있지 않은 스웨터를 입은 조교가 겨우 13.6퍼센트의 쇼핑객으로부터 승락을 받았던 결과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넬리슨은 99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어떤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지원한 사람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비디오 상에 나오는 지원자의 모습은 토미 힐피거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흰색 셔츠를 입은 경우와, 아무런 로고가 없는 흰색 셔츠를 입은 경우로 나뉘어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졌죠. 참가자들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원자가 얼마나 일에 적당한지, 얼마의 임금을 받는 게 적절한지, 얼마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 것 같은지 등을 평가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은 지원자가 로고가 없는 옷을 입은 지원자보다 그 일에 더 적합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더 높은 지위에 있을 거라는 평가도 받았죠. 이어지는 다른 실험에서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기부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게임에서 상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는 등 브랜드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사람들이 비싼 브랜드를 선호하며 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비싼 브랜드를 몸에 걸치면 그것이 높은 신분을 상징하고, 높아진 상징으로 인해 다른 이들로부터 더 나은 평가를 받거나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고, 더 많은 도움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은 은연 중 알고 있다는 뜻이죠.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 씁쓸하지만 사실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사람의 겉모습보다 내면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옳은 말이지만, 실생활에서 우리는 내면보다는 겉모습에 매우 큰 비중을 주고 있고, 겉모습으로 인해 형성된 고정관념이 우리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동일한 남자인데, 평범한 옷을 입었을 때와 정장을 입었을 때 여자들이 매기는 매력도, 연봉, 직업 등이 매우 차이가 난다는 다음의 동영상을 보면, 그런 브랜드의 '지위 효과'를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옷 입는 것도 전략이다, 란 말은 그저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참고논문)

Nelissen, R., & Meijers, M. H. (2011). Social benefits of luxury brands as costly signals of wealth and statu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32(5), 34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