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은 결정을 최대한 미룬다   

2013. 6.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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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13년 6월 11일) 부산교통방송에서 방송된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의 내용입니다. 팟캐스트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이 화면 오른쪽을 보면 팟캐스트 링크가 있음).


[결정을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 2013년 6월 11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게 산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우리의 삶이 여유롭고 풍요로워 진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걸어다닐 때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걷는 것을 보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고 여유가 더 없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 직장이나 가정에서 뭔가를 빨리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고, 빨리 결정하고 빨리 행동해야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뭔가를 결정할 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결정해야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 여유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부산 분들이 야구를 좋아하시니 야구를 가지고 설명해 보겠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보통 시속 140에서 150킬로미터 정도를 던지는데, 타자와 투수 사이의 거리가 18미터라서, 공이 타자까지 오는 시간이 0.5초도 안 된다. 이때 타자가 공이 오는 것을 보고 방망이를 휘둘리겠다고 결정 내리는 시간이 0.2초 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빨리 결정하는 타자가 안타를 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스포츠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살펴보니까, 안타를 잘 치는 최고의 타자들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을 최대로 활용해서 공이 어떤 구질인지, 어떤 방향으로 오는지, 어떻게 방향을 바꿀 것인지, 필요한 정보를 많이 수집한 다음에, 최적의 속도와 각도로 공을 친다고 한다. 무조건 빠르게 반응하는 게 아니라, 가장 잘 칠 수 있는 순간까지 결정을 미루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고 한다. 물론 공을 치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방망이를 최대한 빠르게 휘둘러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결정이 내려지면 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http://www.fundamentalguy.com/




3. 결정을 최대한 미룬다? 지난 번에 ‘미루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모순 아닌가?


그때 이야기한 ‘미루지 말라’는 이야기는 행동을 미루지 말라는 뜻이었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미루지 말고 행동을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 허락된 시간이 1시간이면 59분 58초까지 결정을 미뤘다가 59분 59초에 결정을 내려야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결정을 빨리 한다고 좋을 것이 없다. 최고의 순간이 올 때까지 결정을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기보다 답을 먼저 내려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4. 과정을 생각하기보다 답을 먼저 내리는 경향이 크다? 단적인 사례를 하나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단계를 뛰어넘고 직관적으로 머리 속에 떠오른 답을 바로 내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교육을 할 때 수강생들에게 자주 내는 문제가 있는데, ‘X제곱 + 5 = 30 일 때 X는 얼마냐?’는 문제다. X가 얼마일까? 사람들은 이 문제를 보자마자 ‘5’라고 말한다. 그런데 5만 답일까? ‘-5(마이너스 5)’도 분명히 답이다. 사람들은 5라고 말하고 2~3초가 지나고 나서야 ‘마이너스 5’라고 웃으면서 말하더라. 기억하겠지만, 중학교 다닐 때, 이렇게 제곱의 값을 구하려면 루트를 씌워야 하고, 반드시 앞에 ‘플러스 마이너스’를 붙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거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텐데도, 그런 과정을 생략해 버린다. 


그래서 결정할 때는 ‘결정 내리기 위한 과정’을 먼저 생각한 다음에 결정을 해도 늦지 않고, 그렇게 결정해야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취자들 중에 사장님들이 계시다면, 결정을 빨리 내리는 사람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거치면서 결정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20분 교통정보)



5. 사람들이 왜 그렇게 결정을 빨리 내리려고 하는 건가?


빨리 결정 내리려고 하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건데, 바로 빨리 결정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압박을 받으면, 좀더 생각할 시간이 있는데도, 바로 결정을 내려야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바쁜 도시 생활이 이런 경향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시골에 사는 사람들보다 잠깐 멈추는 시간을 훨씬 길게 느낀다고 한다. 


청취자들은 나중에 한번 실험해 보면 좋은데, 시계를 보지 말고 눈을 감고 1분을 재보라. 아마 자신이 아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면, 40초 밖에 안 됐는데 눈을 뜰 가능성이 높다. 시간적인 압박을 많이 받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감각이 왜곡되고, 그것 때문에 결정을 빨리 하려고 한다. 눈을 떴는데, 1분이 넘어가 있다면, 느긋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 안심해도 된다.



6. 결정을 미뤄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사례를 소개해 달라.


결정을 미룬다는 말은 결정을 늦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결정하기 위한 과정을 중시하라는 말이다. 결정 과정을 중시해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곳은 바로 병원인데, 수술을 진행할 때 직관에 따라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면 환자에게 아주 위험하다. 자동차의 과속을 막기 위해서 과속방지턱이 있는 것처럼, 수술실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아툴 가완디라는 사람이 마취하기 전, 절개하기 전, 수술실을 떠나기 전에 체크할 것을 반드시 확인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했는데, 그 후에 수술환자들의 합병증 발병율이 36퍼센트나 줄었고, 사망률은 47퍼센트나 떨어졌다. 그렇게 체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실 긴 것도 아니다. 한 단계마다 몇 초만 더 쓰면 된다. 이렇게 결정 과정을 도입해서 일부러 결정을 늦추면 효과가 아주 크다.



7. 조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조급하게 만들거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 인간은 주변 환경에 많이 영향을 받는데, 혹시 오늘 면접 시험을 보거나, 중요한 사람을 만나서 협상을 한다면, 청취자 분들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차가운 아이스 커피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게 좋다. 날씨가 덥더라도 그렇게 해야, 입사시험에서 합격하고,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따뜻한 커피가 몸 안에 들어가면, 상대방이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반대로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 상대방을 냉정하고 인정 없는 사람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된다고 한다.


결정을 최대한 미루려면, 패스트푸드점의 간판이나 상표 같은 것도 보지 말아야 한다. 그런 간판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첸보 죵이라는 학자가 사람들에게 0.012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패스트푸드 상표를 보여준 다음에, 어떤 글을 읽으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15초 정도 글을 빨리 읽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때문에 더 조급해진다는 것인데, 그래서 뭔가를 결정하려면 주변 환경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8. 빨리 결정 내리지 않기 위한 절차나 단계를 정리해 주신다면?


첫 번째는 결정 내릴 상황을 잘 관찰해야 한다. 관찰하지 않으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두 번째는 관찰 결과를 가지고 결정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고, 세 번째는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가장 최적의 시기에 행동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관찰 - 방향설정 - 결정 - 행동’ 이다. 


혹시 오늘 이성과 소개팅이 있다면, 이 네 가지 단계를 기억하면 좋다. 커플이 이루어지려면, 너무 빨리 결정하면 안 된다. 만나자마자 결정하지 말고, 이야기를 통해 관찰하면서 정보를 수집한 다음, 어떻게 할까 방향을 설정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는다. 그래야 좋은 사람을 놓칠 확률이 줄어든다. 만약 애인이 없다면, 본인이 너무 빨리 결정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끝)


(*본 방송에 참고한 도서)

<속도의 배신>, 프랭크 파트노이, 추수밭,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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