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어떤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얼마나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차일피일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까? 그리 어려운 과제도 아니라서 수행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몇날 며칠 '그걸 해야지'란 생각만 머리 속을 돌아다닐 뿐 오락거리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과제 마감일이 다 되어 허겁지겁 과제를 끝마치던 경험, 아마 여러분들에게 자주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상태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학생들은 교수가 일주일의 시간을 주며 숙제를 내주면 기한이 너무 빠듯하다고 불평하며 일정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15일 정도로 기한을 늘려 줘도 13일째까지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다가 14일째 가서야 부랴부랴 숙제하느라 밤을 새기도 하죠. 이를 '학생 증후군'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합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죠.





이렇게 '미루는 습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고, 과제에 따른 중압감을 회피하려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느긋한 개인의 성격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원인들은 결국 '자기 통제'의 실패로 귀결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미루는 습관은 학업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 같은 감정이 동반된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미루기'가 폭식, 과소비, 도박, 성적 탐닉 등과 같이 '자기 통제'의 실패이자 '자기 파괴적인' 행동의 일종이라고 설명합니다. 수행해야 할 과제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도 차일피일 미루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과제 수행을 미루려는 무의식적인 동기가 더욱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볼(Michael J.A. Wohl)과 동료 연구자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자기 용서'가 미루는 습관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볼은 물리학 개론 과목에 등록한 134명의 학생들이 첫 번째 중간고사를 치르기 직전에 '미루기 습관'의 정도와  '미루는 것에 대한 자기 용서'의 정도를 알기 위한 설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첫 번째 중간고사와 두 번째 중간고사 사이에 "미루는 습관이 얼마나 첫 번째 중간고사 성적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했죠.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두 번째 중간고사 직전에 "두 번째 중간고사를 위해 공부를 할 때 어느 정도로 미루었는가?"란 질문에 답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자기 용서'의 정도가 높을수록 두 번째 중간고사 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이 덜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꿔 말하면, 첫 번째 중간고사를 대비할 때 공부하기를 미뤘던 자기 자신을 용서할수록 뒤이어 실시되는 두 번째 중간고사 준비를 좀더 잘했던 겁니다. 미루는 자신에게 벌을 줘야 다음 시험준비를 미루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는, 일반의 상식과는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오히려 이번 시험 공부를 차일피일 미뤘던 스스로를 용서하며 죄책감을 벗어내야 다음 시험도 잘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무언가를 미루면 죄책감이 동반되고 그 죄책감을 스스로 용서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기 파괴적인 동기가 커져 더욱 미루게 된다는 점, 미루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죄책감을 덜어내야 다음의 일을 미루지 않게 된다는 점이 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여러분이 현재 무언가를 계속 미루고 있다면 분명 마음 한켠에 죄책감이 차오르고 있을 겁니다. 그런 죄책감을 외면하고자 인터넷 가십 기사에 집중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채팅에 열을 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미루고 있는 자신을 제3자의 입장에서 용서하고 자신을 객관화해 보세요. 다음 번에는 덜 미루는, 아니 제때 준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Wohl, M. J., Pychyl, T. A., & Bennett, S. H. (2010). I forgive myself, now I can study: How self-forgiveness for procrastinating can reduce future procrastinat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8(7), 803-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