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안에 두 가지 대안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각각을 1안과 2안으로 명명한 다음 보고서에 담습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희망하는 대안을 1안이라고 부르고 원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를 대비하여 2안을 설정하곤 합니다. 보고서에 한 가지 대안만 담으면 '여러 조건을 검토했는가?'란 질책을 받을까 우려하여 큰 틀에서 1안과 다를 바 없고 '2% 부족한' 2안을 억지로 만들어 끼워 넣는 일도 사실 비재합니다. 이런 관행(?)을 이미 알고 있는지 의사결정자들도 대개 2안보다는 1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상 2안이 선택되는 경우는 별로 없죠. 만일 1안이라 명명된 대안에 2안이란 이름을 붙이고, 반대로 2안을 1안이라 명명한 후에 두 대안을 동일한 비중으로 의사결정자에게 제시하면, 십중팔구 1안이 선택될 겁니다.


첫 번째로 제시되는 1안이 더 자주 선택되는 까닭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대안에 1안이란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진화 속에서 첫 번째 위치에 오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심리가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나 카니(Dana R. Carney)와 마자린 바나지(Mahzarin R. Banaji)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처음에 오는 대안을 더 자주 선택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같이 주장합니다.





카니와 바나지는 123명의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팀 중 어느 팀에 참여하기를 원하냐고 물으며 '해들리의 팀'의 팀원 사진을 먼저 제시하고 '로드슨의 팀'의 사진을 그 다음에 보여주었습니다. 또 두 명의 자동차 영업사원 '짐'과 '존', '리사'와 '로리'의 사진을 각각 차례로 보여주고 누구에게서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은지도 물었죠. 참가자들은 대개 처음에 제시된 헤들리의 팀, 짐, 리사가 두 번째로 제시된 로드슨의 팀, 존, 로리보다 '더 낫겠다'고 뚜렷하게 연관 짓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두 개의 풍선껌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207명의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알아본 후속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초 내에 선택하라고 하자 참가자들 중 62퍼센트는 처음에 보여진 풍선껌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 풍선껌을 택한 참가자들이 38퍼센트였으니, 사람들은 첫 번째 대안을 1.6배나 선호했던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생각한 다음 선택하라고 하자 51퍼센트 대 49퍼센트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시간적 압박을 주면 1안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두 개의 대안이 제시될 경우에도 첫 번째 대안이 더 많이 선택될까요? 카니와 바나지는 얼굴 인상이 비슷하게 평가되고 동일한 죄를 저지른 두 명의 범죄자 사진('짐'과 '존')을 참가자들에게 차례로 제시하고 즉시  '누가 가석방될 자격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사진이 제시되든 첫 번째로 제시된 범죄자가 더 가석방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카니와 바나지는 첫 번째 대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을 빨리 구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생겨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생사의 순간에서 두 번째로 오는 대안까지 고려하겠다고 여유를 부렸던 조상들은 진화의 대열에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죠. 카니와 바나지의 연구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처음에 '떠오른' 전략을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할 오류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을 넌지시 경고합니다. 2안이 제시되어도 1안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위에서 살폈듯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안들을 살피면 '첫 번째 선호 경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볼 때,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전략적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마냥 지체해서도 곤란하겠지만 급히 실행해도 곤란합니다.


또한 매우 위급하고 매우 어려운 상황일수록 1안과 2안을 비슷한 비중으로 검토해야 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자들도 1안을 떠받칠 목적으로 2안을 제안하지 말아야 합니다. 1안과 2안은 질과 양 차원에서 동등해야 합니다. 1안과 2안이란 타이틀이 아니라 전략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타이틀을 다는 것도 하나의 팁이겠죠.


'1안보다 나은 2안이 없다', '늘 1안이 선택된다'란 관행이 늘 벌어지는 현상이라면, 1안이 2안보다 좋아서(그런 경우도 있지만)가 아니라 '첫 번째 선호'라는 편향에 빠져있는 탓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Dana R. Carney, Mahzarin R. Banaji(2012), First Is Best, PLoS ONE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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