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리더에게 여러 가지 역량을 기대합니다. 특히 외부환경이 급변하고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리더의 창의력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창의적인 리더가 그렇지 못한 리더에 비해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보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직원을 조직의 리더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죠.

하지만 어떤 직원이 창의적일수록 잠재적인 리더십 역량을 낮게 평가 받는다는, 그래서 승진에 불리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니퍼 뮬러(Jennifer S. Mueller)와 동료들은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뮬러는 194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아이디어 제시자와 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시자를 다시 둘로 나눠 한 그룹은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유용하지만 참신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디어 제시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항공사가 승객으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죠. 아이디어 제시자들이 평가자들에게 10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하면, 평가자들은 아이디어의 창의성, 참신성, 유용성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제시자의 잠재적 리더십을 3가지 차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 '참신하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참가자들은 '유용하기만 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참가자들에 비해 평가자들로부터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잠재적 리더십 점수는 훨씬 낮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두 그룹의 아이디어 제시자 모두 역량과 인간적인 따뜻함에서는 동일한 평가를 받았죠. 이는 리더로 선발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사람이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한 뮬러는 인도 중부에 위치한 다국적 정유 회사에 근무하는 346명의 직원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뮬러는 346명 중 55명을 평가자로, 나머지 291명을 피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런 다음, 평가자들에게 피평가자의 잠재적 리더십 역량과 창의력을 평가하도록 했죠. 

결과는 실험실에서의 결과와 동일했습니다. 성별, 근속년수, 교육, 내적동기 수준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해 보니 창의적인 성과를 낸다고 인식되는 직원일수록 잠재적 리더십 역량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겁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요구하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은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죠. 창의적인 사람은 현상 유지의 관성을 깨뜨리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임의적이고 불확실하며 불편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뮬러는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다고 추측합니다. 뮬러의 연구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상을 추구하고 참신하기보다는 상투적인 아이디어를 고수하는 사람이 리더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합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덜 창의적인 사람이 리더로 선호된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민한 속도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을 리더의 위치에서 알게모르게 제외시키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일 겁니다. 또한 직원들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튀지 말고' 기존의 규율과 조직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은연 중 깨닫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면서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을 리더로 선호하는 모순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Recognizing Creative Leadership: Can Creative Idea Expression Negatively Relate to Perceptions of Leadership Potent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