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가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를 택하는 과정에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면 참가자 각자의 의견이 합쳐져 평균에 해당하는 대안이 선택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참가자들이 혼자서 결정할 때보다 집단의 의견이 어느 한 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을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부릅니다. 집단 극화는 집단의 의사결정이 개인보다 낫다는 통상적인 믿음이 틀렸음을 지적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집단 극화는 어떤 조건을 가진 집단에서 잘 일어날까요?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우두머리가 집단을 통제하는 문화에서 집단사고와 집단 극화 현상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입니다. 헤브루 대학의 일란 야니프(Ilan Yaniv)는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첨가했습니다. 그는 16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집단의 동질성'이 높을수록 집단 극화 현상이 나타남을 밝혔습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학교 당국이 등록금을 6000세켈 인상하려 한다는 계획을 상상하게 하고 등록금 인상안을 협상하는 학생회장의 역할을 가상으로 맡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 절반에게 학교 측과 협상할 수 있는 2가지 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A안 : 4000세켈 인상
B안 : 1/3의 확률로 등록금 인상 없음. 2/3의 확률로 6000세켈 인상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따지고 보면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달리한 대안을 제시했죠.

A안 : 학교 측의 당초 인상안(6000세켈)에서 2000세켈 감면
B안 : 1/3의 확률로 6000세켈 전액 감면, 2/3의 확률로 감면 없음

보다시피 처음의 두 대안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손실 관점'의 대안이고, 아래의 두 대안은 '이득 관점'의 대안입니다. 표현만 다를 뿐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동일하죠. 하지만 어떤 관점으로 질문하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손실 관점'으로 질문을 던지면 A안보다는 B안을 선택함으로써 리스크를 수용하는 경향이 크고, 반대로 '이득 관점'으로 질문하면 확실한 이득을 취하려고 안전한 A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대니얼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바입니다.

야니프가 참가자들 각자에게 이렇게 두 가지 관점으로 질문을 던지니, '손실 관점'의 대안을 받은 참가자들은 위험 회피적인 A안을 선호하는 정도가 2.85점(5점 만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득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하니 예상했던 대로 위험 회피적인 A안을 좋아한다는 대답이 3.51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야니프는 동일한 관점의 대안을 받은 참가자들끼리 그룹을 이루게 한 다음에 다시 위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 '손실 관점'으로 질문 받은 참가자들끼리 팀을 이루게 하여 '손실 관점'의 대안을 제시해 보고, 또 '이득 관점'으로 질문 받은 참가자들끼리 모아서 '이득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해 본 것입니다. 혼자서 결정을 내릴 때와 동일한 관점에 노출된 사람들끼리 모여서 결정 내릴 때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보기 위해서였죠.

그랬더니 '손실 관점'팀이 보수적인 A안을 선호하는 정도가 2.85점에서 2.50점으로 하락함으로써 리스크를 더 수용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이득 관점'팀은 보수적인 A안을 선호하는 정도가 3.51점에서 3.86점으로 상승함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최초에 동일한 관점에 노출된(framing) 사람들끼리 모아 놓으니 각각의 경향이 강화된 것입니다.

야니프는 비교를 위해 처음에 '손실 관점'으로 질문 받은 자들과 '이득 관점'으로 질문 받은 참가자들을 고루 섞은 후에 위의 두 가지 관점의 대안을 각각 제시해 봤는데, 어떤 관점의 대안을 제시 받든지 상관없이 비슷한 정도로 A안을 택했습니다. 다른 관점에 노출된 사람들을 모아 놓으니 처음에 가졌던 쏠림 경향이 크게 약화된 것입니다.

집단의 동질성이 높을수록 집단 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의 질도 떨어진다는 야니프의 실험은 의사결정기구의 멤버를 구성할 때나 단위조직의 직원을 구성할 때 필요한 실무적인 지침을 줍니다. 가능한 한 다양한 배경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을 구성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야 구성원 각자의 판단 착오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집단의 의사결정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여러 가지 정교한 방법과 절차를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집단 극화 현상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을 참여시키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쉬우면서도 더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참가자들의 출신이 다양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자연스레 동질성이 형성됩니다. 이런 동질성과 동료의식이 건전한 수준을 넘어 어느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들만의 세상'이라고 인식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집단을 해체하고 다시 새로운 멤버로 집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집단 해체로 인한 비용(지식, 노하우, 생산성 등의 소실)을 최소화할 장치를 미리 가동시켜야겠죠.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집단 내 구성원들에게 역할과 책임을 서로 바꿔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하나의 관점에 고착되는 일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어느 한 극단으로 매번 쏠리는 경향이 발견됩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충성심을 얻은 것에 대한 비용일지 모릅니다. 그 비용이 상당하다면 그 충성심이나 동질감은 환상일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 요소 중 하나입니다. 때에 따라 조직의 동질성을 파괴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Group diversity and decision quality: Amplification and attenuation of the framing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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