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어떤 주제에 대한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가자들 각자가 가진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서로의 생각들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준비하고 이견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타협의 지점을 사전에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가집니다.

그러나 토론하기 전에 각자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이 토론을 통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의도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드레아스 모이찌쉬(Andreas Mojzisch)와 스테판 슐츠-하르트(Stefan Schulz-Hardt)는 몇 가지 실험을 통해 토론 전에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지 말 것을 주장합니다. 모이찌쉬와 슐츠-하르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4명의 항공기 조종사 후보 중에 한 명을 뽑은 채용위원회의 역할을 부여하고 각자에게 후보자들에 관한 '서로 다른 정보'를 주었습니다. 각기 다른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후보자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리겠죠?



모이찌쉬와 슐츠-하르트는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위원회 내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는 누구를 채용하고 싶어하는지'를 말하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혼자만 알고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한 다음,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다른 참가자들이 받았던 자료를 모두 주고 후보자의 채용 여부를 다시 판단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처음에 자신이 후보자들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와 상관없이 새로 받은 정보를 토대로 재차 결정('후보 중 누구를 채용해야 하는가?')을 내려야 하겠죠.

하지만, 처음에 위원회 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최초에 내린 채용 결정이 불완전한 정보로부터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최초의 결정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기억 검사를 해보니 이 그룹의 참가자들은 후보자에 대한 관련 정보를 모두 받아 봤음에도 그 정보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채용 의견을 알지 못했던 참가자들에 비해서 말입니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은 후에 제시된 정보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미겠죠. 반면,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은 그룹의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후속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180명의 학생들을 3명씩 팀을 이루게 한 후에 3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채용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위 실험과 동일한 방식으로 채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했습니다. 역시나 사전에 다른 이들의 의견을 공유한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모이찌쉬와 슐츠-하르트에 의하면, 그룹 토론의 90퍼센트 이상이 각자의 의견을 서로 공유하면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 내에서 진행되는 토론도 비슷할 겁니다. 이 실험에서 보듯이 토론 전에 각자의 견해를 밝히는 과정은 다른 사람이 가진 견해를 수용하고 타협점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최초 결정을 고수하도록 만들고 확보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그룹 토론을 벌일 때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멤버들이 자신의 의견을 다른 이들에게 드러내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의 팁이겠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하더라도 말입니다. 오늘부터 바로 실천해 보세요.


(*참고논문)
Knowing others' preferences degrades the quality of group dec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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