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보(Kathleen Vohs)등의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돈이라는 이미지를 주입시키면 그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모두 4가지 실험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첫번째 실험 조건에서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모노폴리 게임을 하도록 했는데, 게임 머니를 많이 주는(4000달러) 경우, 적게 주는 경우(200달러), 주지 않는 경우로 조건을 세분했습니다.

두번째 실험 조건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돈이 풍족한 삶이나 돈이 부족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했고, 세번째 실험 조건에서는 돈과 관련된 문장이나 돈과 별 상관없는 문장을 각각 구성하도록 했죠. 마지막 네번째 실험 조건에서는 돈을 연상시키는 그림이나 중립적인 그림을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4가지 실험 조건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조건들이 피실험자들로 하여금 돈이라는 이미지를 후자에 비해 강하게 주입시키는 조건이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무언가를 은연 중 주입시키거나 무언가에 대한 관념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을 프라이밍(priming)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돈에 관한 여러 가지 프라이밍 조건을 설정하고서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의 차이를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피실험자들이 지나갈 때 공모자가 실수를 가장하여 27개의 연필을 떨어뜨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위의 4가지 실험 조건에서 돈에 대해 강하게 프라이밍된 피실험자들이 그렇지 않은 자들에 비해 적은 수의 연필을 주워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날말 퍼즐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는 공모자가 설명을 부탁했더니 돈의 이미지를 주입 받은 자들보다 그렇지 않은 자들이 120% 정도 오랜 시간을 들여 공모자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피실험자들에게는 수고료로 2달러를 지불했는데, 연구자들은 그들에게 그 돈을 대학의 장학 기금에 기부하면 어떻겠냐며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돈에 프라이밍된 피실험자들은 그 돈의 39%를 기부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돈으로 프라이밍되지 않은 대조군의 피실험자들은 67%를 기부하겠다고 말했죠. 돈에 관한 이미지가 주입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인색해짐을 드러내는 결과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에서 발견된 사실을 좀더 확장하기로 하고, 피실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컴퓨터 앞에 앉아 3가지 종류의 스크린 세이버(화면보호기) 중 하나를 바라보도록 지시했습니다. 각각 물고기들이 노니는 스크린 세이버, 아무것도 없이 까맣게만 보이는 스크린 세이버, 지폐가 흘러다니는 스크린 세이버였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다른 참가자가 들어와 대화할 시간을 줄 테니 그 사람이 앉을 의자를 가져다 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피실험자가 다른 참가자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가 아니라, 피실험자가 앉은 의자와 다른 참가자를 위해 가져다 놓은 의자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지폐가 떠다니는 스크린 세이버를 본 피실험자들은 다른 스크린 세이버를 본 사람들에 비해 의자를 15인치 정도 멀리 위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연구자들이 피실험자들에게 다음에 수행하게 될 과제를 혼자 수행할지 아니면 다른 사람과 같이 수행할지를 물었을 때, 지폐가 떠다니는 스크린 세이버를 본 피실험자들의 16~17%만 같이 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다른 종류의 스크린 세이버를 본 피실험자들은 70~80%나 같이 과제를 수행하겠다고 말했죠. 이 밖에 여러 가지 세부 실험을 진행했는데 하나 같이 돈에 대해 강하게 프라이밍된 피실험자들이 그렇지 않은 자들에 비해 타인에게 도움을 덜 청하고 혼자 일하려고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돈이 사람들을 이기적으로 만든다는 것일까요? 연구자들은 돈이 이기심을 증폭시킨다는 의미로 자신들의 실험이 해석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왜냐하면 돈이 이기심을 키운다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함으로써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실험 결과에서는 돈에 프라이밍된 사람일수록 혼자 일하길 원하고 도움을 덜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 실험이 돈에 대한 이미지 주입(프라이밍)은 이기심이 아니라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충족적(self-sufficient)'인 마인드를 강화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돈이라는 이미지가 공정성을 강조하는 시장경제와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자극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자기 충족적 마인드의 강화가 조직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능력에 따른 연봉, 성과에 따른 성과급의 차등 지급 등 조직 구성원들이 돈이라는 이미지에 강하게 노출될수록 자기 충족적(개인주의적)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위 실험이 시사합니다. 직원들과 부서 간의 협력이 필수적인 조직에서 성과급 등 자기 충족적 마인드를 프라이밍시키는 장치가 더해지거나 지속적으로 강조될 경우, 각자 맡은 임무 범위를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아 협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직원들이 돈 때문에 이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직원들로 하여금 돈이 상징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상기시켜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성과 차등을 강조하는 것이 '사회 규범(social norm)'보다는 '시장 규범(market norm)'을 자극하는 까닭이죠.

구성원들의 시장 규범이 자극 받으면 다른 이들로부터 협력이나 자발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칼 멜스트룀(Carl Mellström)과 마그누스 요하네손(Magnus Johannesson)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증명된 바입니다. 그들은 고텐부르크에 위치한 지역헌혈센터에서 혈액 기증에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스웨덴에서는 헌혈하려면 그 전에 먼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약 한 달이 지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야 헌혈할 수 있습니다.

멜스트룀과 요하네손은 사람들에게 헌혈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는데, 질문의 조건을 세 가지로 달리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헌혈은 자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헌혈자가 되기 위한) 건강검진을 신청한다고 해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는 건강검진의 대가로 50크로노르(약 7달러)를 주겠다고 했고, 세 번째 그룹에게는 건강검진 후 50크로노르를 받고나서 그 돈을 스웨덴의 소아암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험 대상자 중 남성(119명)들은 그룹 간에 건강검진 신청률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여성(153명)들은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여성들은 52퍼센트나 건강검진을 신청했지만, 보상을 약속 받은 여성들은 겨우 30퍼센트만 검진 의사를 표했습니다. 돈을 받은 후에 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세 번째 그룹의 여성들은 첫 번째 그룹과 비슷한 53퍼센트의 신청률을 나타냈습니다. 이 실험은 돈이 개입되면 헌혈 지원률이 더욱 늘어날 거라는 주류 경제학의 통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면서 혈액이 돈으로 거래될 때 선행을 베풀려는 내재적 동기는 밀려나고 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어떤 회사는 부서 간의 협력 여부를 KPI로 측정해서 그에 따라 보상하거나 제재를 가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오히려 해악적인지 이 헌혈 실험이 시사합니다.

직원들과 부서 간의 협력을 원한다면, 그리고 협력이 우리 조직의 핵심가치이고 비전 달성의 핵심 추동력이라면, 시장경제라는 공정성과 규칙을 뛰어넘어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사회 규범을 강조해야 하며 시장 규범을 자극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혼자 일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별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며 일을 분담하지 않는 조직은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공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평화로움과 공정성이 목표에 도달하려는 조직의 발목을 붙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돈이 사람들을 덜 사회적으로 덜 협조적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돈이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지 못하게 막는 장벽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The Psychological Consequences of Money 
- Merely Activating the Concept of Money Changes Personal and Interpersonal Behavior 
Crowding Out in Blood Donation:Was Titmuss Right? 
-관련된 YouTube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mW2SByfHpY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