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저녁에 차를 타고 가다가 무료하여 라디오를 켰습니다. 97.3 MHz에서 그때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열린 토론'이었습니다. 중간부터 들은지라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신분이 무엇인지 그때는 몰랐지만, 오고 가는 이야기를 잠깐 들으니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 관하여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하여 말하는 자리 같았습니다.



그런데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안철수 원장에 대한 언급을 하더군요. 워낙 이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인지라 그가 안철수 원장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말하는 논리를 듣고 실소를 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KBS 홈페이지 들어가니 그날 나눴던 토론 전문이 올라가 있더군요. 그 부분을 복사하여 아래에 옮겨 봅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철수 교수가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에서 시민들이 상식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사실상 상식이 비상식을 이겼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것도 과학자답지 못한 대단히 비논리적이며 상당히 국민들을 선거결과를 놓고 갈등과 분열로 놓고 가는 잘못된 선동적 분석이다 이렇게 판단합니다.

만약에 나경원 후보 쪽이 비상식이었다면 나경원 후보고 지지한 46%라든가 또는 50대, 60대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지지를 받았는데 50대, 60대의 우리 한국사회의 중견이나 원로급들은 전부 다 비상식이라는 것인지, 젊은이들은 상식이고 중견 원로층은 비상식이라고 하면 한국사회가 물구나무 사회라는 것인지 안철수 교수는 대단히 선거결과를 너무 자극적이고 정치적이고 선동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 이렇게 판단합니다.

(*출처 : http://www.kbs.co.kr/radio/1radio/kbsopen/interview/index.html ) 2011.10.31



여러분은 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듭니까? 진짜로 안철수 원장의 논리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선동적이라는 생각이 듭니까?

저는 김진 위원의 발언을 듣고 비논리적인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진 위원의 논리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비상적인 후보(즉 비상식적인 정당)를 선택했다면, 그는 비상식적인 시민이다.
어떤 사람이 상식적인 후보(즉 상식적인 정당)를 선택했다면, 그는 상식적인 시민이다.



이런 논리로 안철수 원장의 발언이 선동적이라고 김진 위원은 주장하지요. 그러나 그의 논리는 지극히 단선적이고 양자택일적입니다. 어떤 사람이 비상식적인 후보를 선택했다고 반드시 그 사람이 비상식적일까요? 왜 그렇게 단정 짓는 걸까요?

진짜로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비상식적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상식적인 사람과 비상식적인 사람이 섞여 있다고 봐야 옳습니다. 반대로, 상식적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 중에도 역시 상식적인 사람과 비상식적인 사람이 (비율은 잘 모르겠지만) 섞여 있겠죠. 게다가 인간의 특성을 잘 안다면, 인간은 상식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 비상식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논리적이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논설위원인 김진 위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진 위원은 안철수 원장이 50~60대 시민들을 비상식적인 사람들로 인식하케끔 선동적인 해석을 했다고 비판하는데, 사실 시민들을 상식이니 비상식이니 하며 흑백논리적으로 갈라 놓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진 위원 자신이 아닐까요? 제 생각에는, 후보자(그리고 정당)는 선거에 임하는 시민들을 기본적으로 '가치 중립적'인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들을 가치 중립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을 거라면 후보자들은 굳이 TV 연설을 하거나 선거 유세를 하며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상식에 손을 들어줬다'는 안철수 원장의 말은 가치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시민들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판단했다는 고마움의 말로 해석해야 합니다. 비논리적으로 확대해석하고 상식적이니 비상식적이니 하는 구분자로 시민들을 나누며 선동하는 사람은 안 원장이 아니라 오히려 김 위원 자신입니다.

김진 위원의 비판은 언뜻 들으면 옳은 말 같아서 청취자들, 나아가 시민과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공산이 크지 않을까요? TV나 언론매체에서 나오는 소위 논객들의 말 속에도 얼마나 많은 논리적 오류가 숨어있는지를 안다면, 그들의 말을 글자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라는 체를 통해 거르고 또 걸러서 들어야 하겠습니다. 그게 상식적인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일 겁니다.


(* 본 글은 저의 정치적인 입장과 무관합니다. 정치적으로 확대해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 검색해보니, 김진 위원이 자신의 신문에 올린 논평 기사가 눈에 띄는군요. '안철수의 선동 바이러스'란 글입니다. 읽고 판단해 보세요. )